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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5일은 누구나 잘 아는 식목일입니다.며칠 전만 해도 대형 산불이 지나간 자리에는 봄을 맞아 여린 초록이 물들기보다 검은색의 화마가 할퀴고 간 자리가 더욱더 선명해 가슴이 아픈 요즘입니다.나무심기 행사를 시작하면서 코레일 관계자가 인사말을 하고 있습니다.벚꽃이 탐스럽게 피어있는 물금역 마당에서는 저마다 삽과 곡괭이를 들고 분주합니다.코레일의 부산·경남본부 직원들과 고객 대표들이 물금역 철로변에 초록을 입히기 위한 나무심기 행사를 하기 위해서입니다. 이날 식목 구간은 물금에서 화명 사이의 철로변입니다.코레일 관계자가 나무심기를 본격적으로 진행하기 전에 식수요령과 주의사항을 전하고 있다.이날 나무심기에 사용할 나무는 측백나무 1500그루입니다. 측백나무는 공기정화에 아주 뛰어난 묘목이라고 합니다.묘목을 심기 전에 자랄 나무를 위해 나무 심는 방법을 잘 들어야겠죠? 행사 관계자가 앞에서 마이크를 들고 나무 심는 방법을 알려주었습니다. 나무도 생명이라 정성을 들이지 않고 예사로 심게 되면 제대로 뿌리를 내리지 못하겠지요.나무심기에 앞서 설명을 듣고 있는 참가자들.나무를 심을 때는 깊이와 넓이를 30㎝씩 적절한 크기로 구덩이를 파서 뿌리가 구부러지지 않게 바로 세운 상태에서 흙을 채우는 게 중요하답니다.또 흙도 속흙이나 겉흙을 나눠서 넣는데, 흙이 부드러워야 뿌리가 잘 뻗어나가 바람이 세게 불더라도 넘어지지 않는답니다.자, 이제 시작입니다. 참가자들이 삽을 챙기고 있습니다.여기저기 '헛!'하는 기합소리가 납니다. 어린 측백나무를 소중하게 심고 있는 참가자들.관계자의 자세한 설명을 듣고 보니 머릿속엔 이미 나무 한 그루를 담 심어버렸습니다. 나무심기 요령과 주의사항을 다 듣고서 참가자들은 철로변 둑길을 따라 나무를 심기 시작했습니다.나무를 심다 보니 어느새 욕심이 새록새록 일어났습니다. 오늘 심은 이 측백나무가 어서 자라 푸르고 신선한 공기를 내뿜기를 바라게 되네요. ㅎㅎ. 똑같은 욕심에서일까 참가한 다른 분들의 손길도 바쁘기만 합니다.바람과 굉음을 일으키며 지나가는 열차에도 참가자들은 나무심기에 여념이 없습니다.좁은 철로에서 굉음을 내고 지나가는 기차 소리에도 참가자들의 나무심기는 여념이 없습니다.푸른 환경을 만드는 데엔 나무를 심는 것만으론 부족하겠지요. 이날 참가하신 분 중에 일부는 철로변 정화활동을 펼쳤습니다.환경은 나무를 심는 것만으로 좋아지지 않겠죠. 참가자들이 환경정화 활동도 동시에 펼치고 있습니다.정화활동을 펼친지 얼마 되지 않아 많은 생활 쓰레기들이 포대에 담겨 모였습니다.갖가지 버려진 생활 쓰레기와 폐비닐 등 온갖 생활쓰레기가 철로변을 어지럽게 해놓았지만 참가자들이 하나 둘 포대에 담아 치우니 금세 주변이 말끔해졌습니다. 말끔해진 철로변을 싫어할 사람은 당연히 없겠죠. 치우기 전에 버리지 않는 시민의식이 모든 이의 몸에 배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측백나무를 철로변을 따라 심고 또한 주변 환경을 깨끗이 치우니 전혀 새로운 공간으로 탄생했습니다. 기분 좋은 하루였습니다.사람들의 정성과 노력으로 측백나무들이 깨끗이 정화된 철로를 따라 더 푸르게 푸르게 자라 경남의 푸른 나무들로 자라길 빌어봅니다.
13.04.05.한때 들불처럼 번져나간 프랜차이즈 음식이 하나 있었다. 바로 '우동'이다.동네 언저리마다 파란색 간판에 '○우동'을 내걸고 우동을 비롯한 각종 분식류를 저렴한 가격에 파는 집들이 성행했다. 이름도 '장우동', '황우동', '왕우동' 등 다양했다. 왕복 2차로 도로를 사이에 두고 서로 다른 이름을 가진 프랜차이즈 우동집이 생길 정도로 경쟁도 심했다.소비자들은 이들 업체의 유치한 이름짓기 싸움에 코웃음을 치기도 했다. 몇몇 우동집은 아직도 명맥을 이어가고 있긴 하다. 하지만 한창 번성했을 때보다 그 수가 많이 줄어든 것도 사실이다.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음식문화가 성숙하면서 프랜차이즈 업체에 대한 신뢰가 떨어짐과 동시에, 해외여행 확산으로 '정통' 국외 음식에 대한 정보와 수요가 증가한 것이 주요 원인이 됐다고 볼 수 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도 좀 더 '수준 높아진' 대중들의 입맛을 사로잡는 음식점 또한 하나둘 생겨나고 있다. 마산합포구 산호동 '홍야끼동' 역시 그런 집 중 하나다.'홍야끼동'은 우동을 비롯해 소고기 샤부샤부, 스키야키(일본식 불고기 전골 요리) 등 일본 가정에서 흔히 먹는 음식을 주요 메뉴로 내놓고 있다.그래서 식당 테마도 '정통 일본 가정식 전문점'으로 잡았다. 가게 이름도 자신의 성(姓)씨에 일본식 고기구이인 '야끼니꾸'와 '우동' 앞뒤 글자를 따 '홍+야끼+동'으로 지었다.홍수민 사장은 프랜차이즈 음식점들이 내놓는 우동에 대해 "정통 식사용이라기보다 분식 레벨로 보는 것이 맞다"며 "육수 또한 직접 우려내지 않고, 업체 공장에서 만든 조미료 원액을 물에 타 끓여내는 수준에 불과하다"고 못 박는다.쇠고기 샤브샤브음식에 대한 남다른 자부심이 있는 홍수민 사장은 모든 음식의 육수를 직접 뽑아 만든다.다시마와 가쓰오부시를 주재료로 하는 일본 동경식 육수에 국내산 표고버섯을 더해 맛을 낸다. 다른 조미료 없이 이들 재료만 1시간 정도 끓이면 개운한 맛이 살아 있는 육수가 완성된다.이렇게 완성된 육수는 다른 요리인 소고기 샤부샤부와 스키야키 등에도 사용된다.홍수민 사장이 '정통 일본 가정식'을 하게 된 것은 대학에서 실습을 나갔을 때부터다. 창원전문대학 식품영양학과에 다니던 그는 마산 로얄호텔 실습생으로 들어가면서 요리계에 본격 발을 담그게 됐다. 이후 1년 뒤 마산 창동 코아양과 지하에 있는 일본 음식 전문점 '코아정'에 들어갔다.야끼우동이곳에서 일본인 요리사 '노기' 씨를 만나게 되면서 우동, 샤부샤부, 스키야키, 야키니쿠 같은 일본 가정식을 전공으로 삼았다. 일본인 요리사 밑에서 도제식으로 5년을 배웠으니 굳이 일본을 가지 않아도 일본 음식을 전문적으로 하게 됐다.홍야끼동이 주력하는 메뉴는 각종 우동류와 소고기 샤부샤부가 있다. 개업 초기에는 야키니쿠를 팔았는데, 워낙 마니아적 음식이라 반응이 신통치 않았다. 그래서 전문인 샤부샤부로 업종 전환(?)을 했다. 매출도 전문 분야인 소고기 샤부샤부로 돌아서면서 이전보다 많이 늘어났다.먼저 우동 중에 새우튀김 우동을 맛봤다.별다른 조미료가 들지 않은 우동 육수는 말 그대로 시원하면서도 개운하다. 프랜차이즈 우동에서 나는 인위적인 단맛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대신 다시마에서 나는 은은한 해조류 맛이 혀에 살짝 감아 안기며 바다 맛을 전한다. 면은 몇 해 전까지만 해도 직접 뽑아 썼지만, 협소한 주방 환경에 따른 보관상 어려움 탓에 전문생산업체에서 만드는 사누키 면을 받아 쓴다.특히 고명으로 얹어진 튀김이 예사롭지 않다. 새우는 중하(中蝦) 정도 크기로 노릇노릇 잘 튀겨진 것이 눈으로나 입으로나 오감을 자극한다. 튀김옷이 두툼한 편인데 새우도 만만치 않게 살이 통통해 튀김 특유의 바삭함과 고소함, 새우 특유의 담백하면서도 달큰한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새우튀김은 입이 큰 사람도 세 번에 나눠 먹어야 할 정도로 큰 데다 그릇에 두 개나 올라 있으니 보기만 해도 든든하다. 새우튀김은 술과 후추로 미리 밑간해둔 새우를 우동 주문이 들어오자마자 밀가루, 계란, 빵가루를 묻혀 튀겨내는 덕분에 살아 있는 맛을 즐길 수 있다. 이처럼 홍야끼동 음식은 미리 만들어 놓은 것 없이 대부분 주문과 동시에 이뤄진다.소고기 샤부샤부도 마찬가지다. 주문 즉시 신선한 채소를 물에 씻어 나무 그릇에 담아낸다. 미리 준비한 육수는 손님상에 놓인 버너 위에서 은근히 끓여진다.육수와 함께 나오는 채소로는 쑥갓, 치커리, 쌈케일, 시금치, 숙주나물, 새 송이·느타리·팽이·표고 버섯 등 모두 11가지나 된다. 이들 모두 가까운 산호시장에서 구입하는데, 필요에 따라 도매 행상 차량에서 들이기도 한다.소고기는 불고기용으로 흔히 쓰는 알목심을 사용하는데, 눈부실 정도로 선명한 선홍빛 색깔이 신선함을 대변한다.철판돈까스시원 담백한 육수에 고기를 살짝 담갔다가 핏기가 사라지면 각종 채소와 함께 참깨를 푼 폰즈 소스에 곁들이면 된다. 채소류가 다양한 만큼 고기를 어떤 재료와 함께 싸서 먹느냐에 따라 다양한 맛을 즐길 수 있다. 덕분에 골라 먹는 재미도 있다.각종 채소에는 섬유질이 많고, 알목심 부위는 지방질이 적은 데다 육수에 한 번 데치면 기름기도 빠져 누구나 다이어트 부담없이 즐겨 먹을 수 있어 좋다. 소고기가 잠시 몸을 담근 샤부샤부 육수는 우동 국물과는 또 다른 깊은 풍미를 자아낸다.일본인들은 집에서 식사를 하면서 가볍게 맥주 한 잔을 즐기는 것으로 유명하다. 따사로운 봄날 점심. 홍야끼동에서 정통 일본 가정식과 함께 시원한 맥주 한 잔으로 나른한 오후에 활력을 더하는 것도 매력적인 일상을 만드는 한 방법이 아닐까 싶다.<메뉴 및 위치>△유부우동 4500원 △김치우동 5000원 △우동스키 5500원 △새우튀김우동 6000원 △소고기우동 6000원 △새우가츠동 6000원 △새우철판가스 6000원 △철판 돈가스 6000원 △치즈새우나베 7000원 △소고기 샤부 1만 원(1인분 130g) △스키야키 1만 원(1인분 130g) △김치돈가스 전골 1만 3000원.창원시 마산합포구 산호동 26-1. 055-221-3660.
13.03.15.달콤한 봄의 시작을 알리는 3월 14일 화이트 데이, 창원 컨벤션센터에서 DIY 핸드메이드 박람회가 열렸다. 17일까지 진행되는 이 행사는 '내 손으로 직접 만드는 내 가족의 행복'이라는 주제로, 소비자가 주체가 되어 원하는 물건을 직접 만들어보며 다양한 전시를 즐길 수 있다.DIY 핸드메이드 박람회의 입장료는 5000원이다. 온라인 사전등록신청을 하면 CECO 현장 접수대에서 이름과 핸드폰 번호로 본인 확인 후 네임택을 수령하고 무료로 입장할 수 있다.DIY 박람회 전시장 모습. 주로 여성들을 위한 부스가 많았다.DIY 가구 제작으로 붐비던 '민이네 가죽이야기'. 현장에서 바로 제품을 만들어 색칠까지 할 수 있다.전시장에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것은 수많은 DIY관련 업체들의 홍보 부스다. 핸드메이드 그릇, 퀼트 공예, 가죽 공예, 캘리그라피 아트, 가구 만들기 등 주부들의 관심을 끌 만한 부스들이 주를 이뤘다. 이외에도 아이들의 체험공간도 눈에 띄었는데, 도미노 놀이와 비즈 공예, 모래 놀이 체험관 등 주로 아이들의 창의력과 활동력을 키울 수 있는 곳이다. 창의력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DIY의 취지와 들어맞는 코너다.부모와 아이들이 즐길 수 있는 모래 놀이 체험관이 마련되어 있다.'미이네 도예'부스에 전시 된 자기 그릇. 1만~3만원대의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되고 있다.가장 눈에 띄는 것은 주부들의 큰 관심을 끌고 있던 도자기 공예 부스가 보였다. 거칠어 보이는 질감과는 달리 곡선이 유려한 자기들이 정연하게 전시되어 있었다. ‘도자기 공예’라는 말을 들었을 때 바로 떠오르는 이미지는 조금 투박하고 예스러운 느낌이 있다. 하지만 ‘미다운 도예’ 부스에 전시된 자기들의 모습은 과감한 색상을 포인트로 한 신선한 느낌이 있었다. 가격대 또한 1만~3만 원대로 시중에 판매되는 자기들보다는 꽤 낮은 편이었다. 만드는 시리즈마다 주요 고객층이 달라지고 가격대도 조정된다고 한다.박은정 작가의 퀼트 작품 '심연'. 짙푸른 색의 바다를 떠올리게 하는 작품이다.전시장 한쪽 벽에는 ‘퀼트 전시회’가 열리고 있었다. 퀼트란 수예기법의 하나로, 쿠션이나 이불 등에 모양을 내어 누벼주는 작업을 말한다. 다양한 색상과 섬세한 누빔 기법으로 화려한 자태를 뽐내는 퀼트 작품들. 퀼트 작품과 함께 작가의 말과 사진이 걸려있었는데, DIY라는 활동을 통해 개인이 만든 물건이 얼마든지 예술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말하는 것 같았다.'갱스티(GAENG'S TEA)' 부스에서 수제차 만들기 체험을 할 수 있다.화려한 색상과 심플한 디자인의 로고가 돋보이는 수제 차 ‘갱스티’ 부스가 눈길을 끌었다. 브랜드 로고 디자인과 패키지 디자인 모두 티 소믈리에 이진경 대표가 제작했다고 한다.이진경 대표는 “‘홍차’라고 하면 흔히들 외국 제품들의 유명 홍차만을 떠올리기 마련인데 갱스티는 이런 고정관념을 깨고 우리 경남에도 얼마든지 좋은 차가 있다는 것 그리고 젊은 세대들에게도 호응을 끌 만한 세련된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었다”고 했다.그리고 이 대표는 한마디 덧붙였다. “업체는 서울에 있지만 모든 찻잎은 하동산을 쓰고 있어요. 10여 개의 농가로부터 제공받고 있지요. 많은 사람이 ‘공정무역 커피’를 찾아 마시는데, 굳이 멀리서 찾을 것이 아니라 우리 동네에서 나고 덖은 차를 마시는 것이야말로 ‘공정거래’ 아닐까 생각해요.” 갱스티는 ‘부울경 방문의 해’ 특별 관광열차에 차를 제공한다고 한다.갱스티에서는 체험료 3000원을 내고 수제차 체험을 할 수 있다. 녹차·홍차 잎에 사과·생강·박하·감잎을 원하는 대로 섞어 자기만의 차를 만든다. 그 후, 무표백 티백에 넣어 갱스티 로고가 새겨져 있는 단순하면서 깔끔한 디자인의 포장지에 넣어 밀봉하면 체험은 끝이 난다.‘창동·오동동 골목여행 그리고 프리마켓’ 부스에서 필통 만들기 체험을 할 수 있다.‘창동·오동동 골목여행 그리고 프리마켓’ 부스에서는 QR코드를 전면에 걸어두어 프리마켓 참가신청을 받고 있었다. 스마트폰 사용자들이 쉽게 창동·오동동 부스 정보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칠보공예 체험과 클레이 양초 체험 등 3000원에서 1만 원대까지 저렴한 가격으로 DIY 체험을 할 수 있었다.마산 합포구에서 온 김혜란 씨는 “주로 수도권에서만 열리는 이런 행사가 창원에서 열리는 줄은 몰랐어요. 접근성도 좋고 내용이 알차서 보는 재미가 있네요. 조카랑 같이 왔는데 조카도 같이 보고 즐길 수 있는 체험행사가 많아서 좋아요. 소소해 보이면서도 꽤 정성이 들어간 제품들을 싸게 팔기더라구요. 친구에게 선물할 기저귀 파우치도 샀어요"라며 아기자기한 프린트가 되어 있는 린넨 원단으로 만들어진 파우치를 들어 보였다.갖가지 천과 재봉용품을 판매하는 부스. '자작나무 공방' 회원의 인형 옷 작품이 눈에 띈다.내 손으로 무언가를 직접 만든다는 특별한 기쁨, 조금은 폐쇄적으로도 보였던 개인의 영역을 넘어 대중들과 소통하며 상업과 예술의 범위까지 발을 넓힌 DIY. 이번 박람회는 감성을 충족시키고 재미도 챙기는 즐거운 체험이 되지 않을까. 이번 주말 DIY 핸드메이드 박람회로 가 보는 것이 어떨까.
13.03.15.여자나이 마흔을 넘기면 나이 세금을 내야 한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그만큼 외모에 신경을 써야 한다는 의미일 것이다. 최근에 나도 비로소 나이 세금을 내기 시작했다.깐깐하고 수수하다는 소리를 듣던 내가 40대 중반인 요즘은 이미지도 부드러워졌고, 옷도 화려하고 예쁘게 입고 다닌다는 게 지인들의 평가다. 그것은 ‘이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 내 누이’처럼 내 앞의 거울을 보고는 스스로에게 위로와 상을 주는 차원이다. 또한, 아직 여성성이 살아 있을 때 그동안 외면해 왔던 여성의 특권을 누리고 싶음이다.그동안 한 번도 귀를 뚫고 귀걸이를 해본 적도 없거니와 화장이라고는 기초화장 수준으로 다녔다. 전업주부도 아니고 오랫동안 직장 생활을 해 왔는데도 그렇다. 사실 얼굴에 화장을 하고, 예쁜 스타일의 옷을 입고 다니는 것 자체에 별로 관심이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자신의 외모에 지독한 콤플렉스가 있는데도 외모에는 신경을 쓰지 않고 살아왔다. 그것은 내면 깊숙이에 있는 ‘남성성을 추구했던 유년시절의 나’가 40여 년간 내 의식을 지배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얼마 전, 백화점 옆에 볼일이 있어 간 김에 시간도 있어서 백화점에 들렀다. 내가 별로 좋아하지 않는 일상 중의 하나가 옷 사러 다니는 일이다. 알레르기 체질이라 건조한 실내에 오래 있으면 쉽게 피로감을 느끼고, 사람들이 복잡한 곳은 싫어하는 입장이라 쇼핑을 안 하고 살 수만 있다면, 난 그 방법을 택하고 싶은 사람이다.그날은 대충 둘러보다가 괜찮은 옷이 있어서 한 번 입어 보았는데, 내가 봐도 내게 디자인과 색상이 잘 어울렸다. 몸매가 드러나면서도 세련된 디자인과 색상이었다. 결정적으로 그 매장에 쇼핑 왔던 아줌마들의 탄성이 마음을 움직였다.“어머! 너무 멋지다. 그 몸매 아직 젊을 때, 많이 드러내 놓고 다니세요. 그 몸매를 왜 옷으로 감추고 다녀요. 나 같으면 활개치고 다니겠구만.”세일을 하지 않아 너무 비쌌고 꼭 사겠다는 생각도 없었기 때문에 그냥 나왔다. 그런데 나오고 나서 생각해보니, 나는 왜 몸매가 드러나는 옷을 입으면 안 되지? 나도 돈을 버는 입장이라 비싼 옷을 입을 수는 있는데?그동안 옷 사는 기준은 몸매를 감추고 다닐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몸매에 대해 콤플렉스가 있어서다. 그런데 객관적으로 봤을 때 그렇게까지 콤플렉스를 느낄 정도는 아닌데, 내면의 콤플렉스가 문제였다. 그 콤플렉스의 근원을 깊게 들여다보면 나의 가정환경과 얼굴에 있었다.나는 몰락한 종갓집의 2남 4녀 중 넷째 딸로 태어나, 모든 사랑이 남동생에게 갈 때 두 살 위인 나는 그저 존재감 없이 자랐고, 사랑이나 안정의 욕구를 채우지 못한 것 같았다. 딸로 태어난 것도 모자라, 나는 태어났을 때부터 얼굴에 손톱 크기 만한 빨간 점이 있었다. 그 점은 내 마음의 점이 되었고, 친구들에게 놀림도 많이 받아서 늘 주눅이 들어 지냈다.옷도 언니들에게서 늘 물려받았는데, 내가 무슨 옷을 좋아하는지도 몰랐다. 다만, 남자와 비슷하게 옷을 입어야 사랑받을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었던 것 같다. 그래서인지 늘 옷 색상도 칼라색은 푸른 계통이 유일했다. 남편과 결혼 전 데이트 할 때도 늘 바지정장 스타일을 입고 다녀서, 남편은 내가 치마 입은 모습을 단 한 번이라도 보고 싶어했다. 한창 멋 부릴 20~30대에 치장과는 거리가 먼 셈이었다. 심지어 나의 두 딸에게도 아기 때 분홍색 옷이 아닌 파란색을 입혔다.중년여성은 나이 세금을 내야 한다?40대에 접어들면서 내가 그동안의 삶에서 여자의 특권을 거부하고 잡히지 않는 남성성을 추구하며 살았다는 것을 알았다. 그렇게 알아차린 것도 몇 년 동안 심리학 공부도 하고, 삶의 파도를 하나하나 넘다 보니 나의 내면을 들여다볼 수 있었던 결과이다.백화점에 돌아다니다 보면 온갖 표정의 사람들을 볼 수 있다. 멋진 옷차림이지만 찡그린 인상, 굳은 표정, 왠지 모를 슬픔이 어린 얼굴은 호감도가 떨어진다. 반면에 얼굴 생김새나 옷차림은 수수해도 표정이 밝거나 온화하고 상큼한 분위기를 풍기는 사람은 친근감이 느껴진다.옷차림은 순간적인 매력은 줄 수 있지만, 결국 그 사람에 대한 이미지는 표정, 생각, 가치관에 따라서 달라진다. 그렇다고 내면만 가꾸자는 것은 아니다. 나이가 들수록 외모를 가꾸어야 한다는 글을 읽었는데 그 말에 나도 공감한다. 외모를 가꾼다고 해서 유행하는 옷이나 비싼 옷을 찾기보다는 나의 체형이나 생활 패턴 등을 고려해 내게 맞으면서 유행에 크게 뒤지지 않는 옷을 입는다면 비용 부담도 문제 될 것은 없을 것 같다.아직 젊은 여성성이 살아있을 때, 남성성을 추구했던 잃어버린 시간들을 만회하고 싶다.
13.03.15.몇 년새 전국에 베트남 음식을 파는 식당이 많아졌다. 급격한 세계화 바람 속에 설 자리를 잃어가는 소규모 제조업 공장과 결혼적령기를 훌쩍 지난 농촌 남성들을 위해, 상대적으로 노동력이 싸고 생활문화가 비슷한 베트남에서 많은 이주노동자와 결혼이주여성이 들어온 데 따른 사회적 현상으로 볼 수 있다.반대로 국내에서 베트남으로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이 늘면서 베트남 음식에 대한 관심이 커져 수요가 늘어난 요인도 있다.이렇게 '베트남 음식'은 한편에서는 머나먼 타국 땅에서 자국 음식이 그리워 어렵사리 재료를 구해다 해먹은 눈물섞인 음식인 반면, 다른 한편에서는 한때 즐긴 여흥의 즐거움을 다시 추억하게 하는 행복한 음식이다. 한데 이마저도 대자본이 내뻗은 마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대부분 프랜차이즈화됐다. 이렇게 문화가 산업으로 변하는 순간, 음식은 제 맛을 잃었다."'샤브향'이나 '꽃마름' 같은 데서 파는 월남쌈이나 베트남식 샤부샤부는 베트남 음식이라고 할 수 없어요. 한국 사람들 입맛에 맞게 변형된 것을 마치 베트남식처럼 파는 거예요. 베트남 사람들은 그런 데 가면 맛 없어서 못 먹어요." 창원시 팔룡동 경남이주민센터 맞은편에서 '베트남 전통 쌀국수'를 운영하는 티타오 씨는 현재 한국 사람들이 베트남 음식이라고 알고 즐겨 먹는 음식 대부분은 대부분 제대로 된 베트남 음식이라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경남에 사는 이주민들이 먹는 색다른 음식을 소개하고 싶어 경남이주민센터를 통해 이주민이 운영하는 음식점 한 곳을 추천받았다.이렇게 해서 추천받은 곳이 경남이주민센터 맞은편 티타오 씨가 운영하는 '베트남 전통 쌀국수'다.이 집은 베트남 사람들을 주요 고객으로 삼기 때문에 창원에서 '정통 베트남 쌀국수'를 먹을 수 있는 몇 안 되는 곳이다.이곳에서는 베트남 쌀국수(쌀국수)를 비롯해 해물 국수, 해물 샤부샤부, 모둠 샤부샤부, 베트남식 튀김 만두 '짜요' 등을 판다.이 중에서 샤부샤부류는 베트남 사람 입맛에 맞게 만들어져 한국 사람들에게는 잘 내놓지 않는단다. 때문에 쌀국수와 해물 (쌀)국수, 그리고 짜요를 맛보기로 했다.쌀국수의 기본이 되는 육수는 한우 갈비를 이용해 뽑는다. 호주나 미국산은 웅숭깊은 맛이 나지 않아 쓸 수 없단다. 이렇게 뼈를 8시간 우려내 뽑은 육수에 계피 껍질과 베트남산 파, 소금을 넣어 개운한 맛을 낸다. 면은 베트남에서 직접 수입해 사용하는데, 면적이 넓고 식감이 부드러운 것이 특징이다.쌀국수에는 생면에 가까운 '반 건면'을 쓰는데, 쌀 맛이 많이 나는 반면, 소화가 잘 돼 금방 배고파지는 단점도 있단다. 고기 육수에 면을 넣고 나면 따로 준비한 소고기 고명이 얹어진다. 호주산 등심을 얇게 저며 생강과 쪽파를 갈아만든 양념에 조물조물 무쳐 재워 둔 것을 90℃ 정도 더운 물에 살짝 데친 후 국수에 올린다. 여기에 쪽파를 송송 썰어넣으면 완성이다.해물 국수는 육수가 조금 다르다. 기본 육수에 무와 당근을 넣어 다시 끓여 시원한 맛을 돋운다. 면은 베트남 쌀국수와 달리 면적이 좁고 질감이 단단한 '건면'을 쓰는데, 반 건면에 비해 쫄깃하면서도 씹히는 맛이 더해져 오감을 살린다. 해물 국수답게 새우, 갑오징어 등 해물이 풍성하게 오르는데, 함께 올려진 삼겹살 수육이 인상적이다."베트남 음식에는 돼지고기가 빠지지 않아요. 베트남에서는 원래 육수도 돼지고기로 내는데, 한국 돼지뼈는 베트남처럼 맑고 시원한 맛이 안 나와요. 이 때문에 소뼈를 이용해 육수를 내고 있는 것이기도 해요. (우리 집)베트남 쌀국수에는 어차피 소고기가 들어가니까 돼지고기를 올리지 않은 것이고요.“두 국수 모두 맛을 봤다. 육수는 시원하면서도 개운한 것이 흡사 진하게 잘 끓여낸 갈비탕과 비슷했다. 베트남 쌀국수는 면이 부드러워 별달리 씹을 새도 없이 목구멍을 타고 넘어간다. 약간 달큼하면서도 고소한 맛이 옅게 입안을 맴돈다. 한층 더 시원 깔끔한 맛이 나는 해물 국수는 전날 먹은 술이 몸 속을 뜨겁게 헤집을 때 이를 풀어주는 데 안성맞춤이다.국수에는 기호에 따라 상추와 숙주 그리고 고수를 넣어먹으면 된다. 이 집은 한국 사람 입맛을 고려해 처음부터 국수에 고수를 넣어주지 않는다. 이국적인 향미를 느끼고 싶을 때 적당히 곁들이면 된다.하나 아쉬운 점은 '해물 국수'임에도 해물이 내는 바다 맛이 전혀 살아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해물 국수는 해물 고명이 얹어진 까닭에 붙은 이름같으니 유념하고 맛을 보는 것이 좋다.만두 '짜요'는 중국 음식인 '춘권'을 떠올리면 이해하기 쉽다. 삼겹살과 당근, 목이버섯을 잘 다진 후 소금으로 살짝 밑간을 한 다음 얇게 밀어낸 쌀 전병(라이스 페이퍼)에 돌돌 말아 튀겨냈다.쌀 전병을 튀겨낸 만큼 밀가루 전병과 비할 수 없는 바삭함이 입을 즐겁게 한다. 별다른 양념 없이 소금 밑간만 되어 있어 맛이 심심하다 싶은데, 이때는 함께 나오는 고추 소스에 찍어 먹으면 맛이 한층 산다.소스는 생고추, 후추, 마늘, 멸치액젓, 레몬, 설탕을 넣어 만드는데 살짝 매콤하면서도 새콤달콤한 맛이 아이들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게끔 만들어졌다. 접시에는 토마토와 오이가 함께 올려져 있는데, 이들은 베트남 사람들이 즐겨 먹는 채소들이다. 짜요 한 점과 토마토를 함께 곁들이면 마치 베트남에 온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킬 법도 하다.취재가 막바지에 다다랐을 때 티타오 씨는 "베트남 사람들 입맛은 사로잡을 자신이 있는데, 아직 한국 사람들 입맛에 음식을 맞추는 것은 대단히 어려운 것 같다"면서 "하지만, 시간이 많이 걸리더라도 한국 사람들 입맛이 베트남 전통 음식 맛을 이해할 수 있을 때까지 포기하지 않고 노력할 것이다"고 다짐을 밝혔다.티타오 씨는 한국 사람 입맛을 걱정했지만, 적어도 기자 입에는 이날 먹은 모든 음식은 한국 사람들이 먹어도 좋아라 할 만큼 맛에 손색이 없었다.◇메뉴: △볶음밥 6000원 △베트남 쌀국수 6000원 △해물 국수 6000원 △베트남 튀김 만두 짜요 6000원.◇위치: 창원시 의창구 팔룡동 경남이주민센터(152-7) 입구 맞은편. 010-8498-3035.
13.03.05.